존경하는 나의 아버지께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신다.
그동안 몰랐었는데,
얼마전에 엄마가 나에게 살짝 말해주셨다.
생각못했었는데..
아버지가 이제 일하실수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않았다고 하니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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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한국전쟁기간 중이였던 1951년,
농촌에서 7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나셨다.
분단 전후로 태어나고 자란 수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그러하듯
우리아버지도 정말이지 엄청난 인생을 살아오셨다.
학교다닐때 세계지리시간이 너무 좋아서-
평생 여행만 다니면서 지학연구하는게 꿈이였다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젊음이었던 그 시대에는,
가장이 모든것을 책임져야하는 전통적 가부장제와 +
발전논리가 국가를 지배했던 '경제성장'이 교차되는 시기였으므로
꿈이고, 자아실현이고, 여가고 뭐고 나발이고....모두 묵살되었었다.
(우리아버지도 그 꿈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개편되어 사라진 정보통신부의 전신(前身)인, 체신부 소속 중앙행정공무원으로
입사하셔서 지금까지, 같은곳에서 오로지 일만 하시면서 일로 모든시간을 보내오셨다.
-그 바탕에는 (장남으로서) 부모,형제, (가장으로서) 아내,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엄청난 책임감이 있었는데,
그것을 떠올리기만해도 나는 눈물이 핑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언제나 어린 나에게,
꼭 하고싶은 꿈을 찾을수있도록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셨다.
-내또래의 세대가 경험한, 90년대의 엄청난 사교육 과잉은
어쩌면 이러한 이유에서 시작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아버지의 삶에는 언제나 일이 중심이었고,
초고속 진급을 위해 앞만 보고 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우리가족은 많은 곳을 이동해야했었다.
2년근무가 끝나면 또 이동 또 이동..
집 전화번호는 언제나 익숙해질쯤이면 바뀌었고 주소도, 유치원도 학교도, 바뀌어야 했다.
내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느샌가부터 이사후엔 항상 아버지가 나를 붙잡고
" 효비야.. 이번 집 전화번호는 *****이니 꼭 외워서
혹시나 혼자 밖에서 길을 잃거나 무슨 일이 생겼을시엔 당황하지말고
반드시 근처 경찰서를 찾아서 직원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야한다.
전화번호만있으면 아빠이름, 집주소..다 나오니까....
절대 낯선사람은 따라가서는 안된다." 라고
어린 나에게 단단히 일러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런 어린시절의 반복된 훈련때문인지,
나는 전화번호나 주소 사물 사람얼굴..또는 특별했던 순간들을 캐치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도 한번 기억하면 잊어버리지않는편이다.
-나는 계속 해왔던 일, 가던곳, 있었던 공간등등 안정됨에 대해 많은 집착을 가지고 있고,
낯설거나 변화하는것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반하여
또 새로운환경이 나타나면, 아무렇지도않게 그에 빠르게 맞추어가는 나의 적응력을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해야했던 내 어린시절이 가져다준 외상(trauma)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아버지의 삶이 떠올라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오늘 하루.
"아버지.
퇴임식 하시는 날에, 제가 꼭 안아드리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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